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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 물리학에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물질로 그래핀 graphene이 있다. 이름에서 눈치를 챌 수 있듯이 흑연 graphite과 깊은 관련이 있는 물질이다. 흑연은 탄소 원자가 층층이 쌓여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층 내부에서는 단단히 결합되어 있지만 층과 층 사이의 결합은 약하기 때문에 층이 쉽게 미끄러져서 떨어져 나오곤 한다. 잘 부스러지는데다가 까맣기도 하기 때문에 흑연은 연필을 만드는 데에 쓰였다. 그래핀은 흑연을 이루고 있는 탄소 층 하나를 말한다.

그게 뭐 새로울까 싶기도 하겠지만 양파 속껍질이나 소프트 콘택트 렌즈, 쫀드기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얇은 막은 돌돌돌 말리려고 하기 때문에 그래핀을 안정하게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래핀에서 전자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는 몇십년전부터 연구가 있었지만 실제 실험은 90년대 말에 들어서야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래핀을 얻는 방법은 말도 안되게 거칠고 단순하다 -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한다.

처음 그래핀에 대한 논문을 봤을 때에는 테이프를 이용해서 떼어내는 방법으로 만든다길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특수 테이프를 이용하는가보다 했다. 그런데 정말로 문방구에서 살 수 있는 스카치 테이프였다. -_-;;

아무튼 이 그래핀에서는 전자들이 마치 중성미자처럼 움직인다. 대저 상대성 이론의 효과는 빛의 속도와 가까워져야만 일어나는 법일진대 이 전자들은 빛보다 훨씬 천천히, 그래봐야 1/100정도이지만, 움직이는 주제에 상대성 이론을 고려한 디랙 방정식을 따라 움직이면서 마치 질량이 없는 것처럼 굴고 운동 방향에 평행한 스핀을 가진다. 진행 방향 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마치 아무것도 없는 양 뚫고 지나가기도 한다 (Klein's paradox). 이러니 많은 물리학자들이 신기해하고, 앞다투어 논문을 만들어내고 있다.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카이브에 논문이 같은 주제의 논문이 올라오는 무시무시한 일도 종종 일어나는 듯 하다.

물론 이것은 빛의 속도나 공간의 휘어짐같은 것과는 무관하며, 단지 탄소 원자핵이 전자에 미치는 전자기력이 부린 조화이다. 고체, 엄밀히는 결정, 내부에 있는 전자는 원자핵이 당기는 힘 때문에 빈 공간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움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얼핏 보기에는 자유 공간에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그렇게만 생각해도 많은 물리적 특성을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고, 결정에 따라 다른 전자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에너지 밴드'이다.

사실 위의 에너지 밴드에 대한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전자는 알갱이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자의 움직임이라는말이 적절하지 않다. 대신 전자는 마치 물결처럼 결정 전체에 걸쳐서 퍼져서 너울거리고 있고 에너지 밴드는 이 전자의 파동의진행방향 및 파장과 에너지의 관계이다. (정확히는 wave vector와 에너지의 관계이다).

에너지 밴드는 아래 그림처럼 생겼다. 이건 실제 존재하는 물질에 대한 에너지 밴드는 아니고 원자와 전자의 상호작용이 없을 때의 에너지 밴드이다. 세로축이 에너지이고 가로축이 전자의 wave vector이다. 3차원 결정구조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 복잡한데 자세한 설명은 다른 글에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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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uck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