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2.24 젊은 예술가의 초상
  2. 2011.02.16 아이겐벡터
  3. 2011.02.14 감정 이입
  4. 2011.02.12 The Hartree term and the exchange term

젊은 예술가의 초상

2011. 2. 24. 21:05
잠깐 머리를 식히려고 도서관에 갔다가 잠깐 봤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학부 졸업즈음에 읽을 때에는 디달러스가 막 성인이 되어가는 2, 3장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추구하기 위해 고국을 떠나는 마지막 장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걸 버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위해서 자기 유배의 길을 떠나는 모습이 멋졌다.

저렇게 살 수 있다면 무척 근사하겠지. 다른 사람의 삶을 모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모방할 수도 없다. 3년 위 대학 선배의 삶이라면 지나치다 싶게 비슷하게 갈 수도 있겠지만 100년 전 아일랜드 사람의 삶을 무슨 수로 똑같이 따라 한단 말인가. 이건 모방이 아니고 그냥 모티브를 따오는 것이다.

모방이던 모티브를 따오는 것이던 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문제가 있다. 디달러스가 한 일의 핵심은 떠나는 것이 아니고 예술가의 길을 가기로 확신을 가진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건 글쓰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란 걸 확신하고, 스스로가 가치있는 글을 쓸 수 있음을 확신한 게 핵심이다. 자기 유배니 떠남이니 이런건 따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확신은 따라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떡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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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겐벡터

2011. 2. 16. 16:28
행렬은 어떤 벡터를 곱하던 간에 도도한 자세로 제멋대로 왜곡해서는 다른 벡터를 내놓곤 한다. 하지만 유독 특정한 몇몇 벡터에 대해서는 그 도도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순진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들어온 벡터를 그대로 내어놓는다. 보고 있노라면 수줍어 보이기까지 하는 그 무방비함이 걱정스러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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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이입

사는 이야기 2011. 2. 14. 16:44
요 며칠은 별거에 다 감정 이입을 하고 있다. 걱정과 염려를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피보호자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보호자에 맞서 싸워서 결국 스스로를 되찾은 라푼젤,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는 것이 중요해서 남의 도움을 받을 바에야 그냥 일을 안 하고 말겠다는 그 기분을 강하게 보여줬던 (그때문에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온갖 안 좋은 소리를 들었던) 무한도전의 길, 심지어는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열심히 쫓다 보면 어떻게든 잘 풀리지 않겠냐고 현실과 괴리된 나이브한 이야기를 하는 성공한 기성 작가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젊은 작가에까지.

특히나 저번 주 무한도전에서 길은 그냥 자기는 제외하고 올라가라고 하는 그 기분이 무척이나 공감이 갔는데, 의외로 인터넷에서는 너무 심하게 욕들을 하더라.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안 보인다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잘 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냥 믿으라고 나이브하게 밖에서 말하기는 쉽겠지만 하루하루 실패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그런 믿음을 유지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그걸 밖에서 어떻게 도와주기도 힘들다.

아유 그럼 뭘 어떡해야 하나. 참 답답한거다. 그런 답답함이 느껴져서 나는 길이 열심히 안한다는 생각보다도 짠한 마음이 더 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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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마가린 이름처럼, "I can't believe he is still confused about those things!! 'o' " 정도로 제목을 붙일 수 있는 블로그가 되어가는 것 같다. 어제는 전자-전자간 상호작용의 기본인 하트리와 익스체인지 항에 대해서 헷갈렸다.

그냥 two-body 해밀토니안의 기대값을 구한다고 해보자. 이 때 익스체인지 항이 있다고 해서 그 기대값이 number 연산자만의 기대값의 곱으로 써지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헷갈렸던 것의 핵심은 V에서 딱 하나의 k1, k2, q값만 생각하면서, 그 V_{k1, k2, q}의 기대값에 하트리 항가 익스체인지 항이 다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k1, k2에 대해 k1에서 만들고 k2에서 없애는 것의 기대값이 있어야만 익스체인지 항이 있을거라고 착각했다.

사실은 하트리 항과 익스체인지 항은 서로 다른 q에 대해서 나오는 것으로, q=0일 때가 하트리 항, q=k2-k1일 때가 익스체인지 항에 해당한다. 어쨌든 두 경우 모두 기대값은 n_k1과 n_k2의 곱으로 써진다, 고전적인 경우처럼. 다만 그 에너지 값이 달라질 뿐이다.

물리적으로 좀 이야기를 해 보자면, 고전적으로는 전자가 여기 있으면 여기 있는거고 저기 있으면 저기 있는거니까 전자가 상호작용하는 세기는 하나가 어딨고 다른 하나가 어디있는 지에 따라 결정된다; 즉, 전자의 위치를 나타내는 변수 두개로 써진다. 그런데 양자역학으로 가면 그 하나라고 했던 게 사실은 두개니까 - 브라와 켓 - 전자의 상호작용은 변수 네 개로 써지고 - 전자 각각의 브라와 켓이 따로 놀 수 있으니까 - 여기 있는 브라와 켓, 저기 있는 브라와 켓이 각각 곱해질 수 있지만 여기 있는 브라와 저기 있는 켓, 저기 있는 브라와 여기 있는 켓이 곱해지는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는 거다. 이게 기본적으로 양자역학적인 익스체인지 상호작용인거고.

1차원 계에서는, 약간의 부가조건만 만족하면 신기하게도 상호작용 V가 기대값뿐만 아니라 연산자 수준에서 density operator로만 쓴 모양과 동일하다. 그래서 그 density operator를 보존 연산자 하나로 쓰면 원래 페르미온 연산자 네 개로 써지던 상호작용을 보존 연산자 두개로 써서 완전히 해밀토니안을 풀 수 있는데, 이게 바로 Bosonization이다.
Posted by tuc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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