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달프와 X선

2008. 1. 5. 04:18
반지의 제왕을 보면 간달프는 명색이 마법사인데 참 마법을 안 쓴다. 외려 칼과 지팡이로 적들을 두드려 패는 장면이 많았던 것도 같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발록 앞에서 'You shall not pass!' 하면서 다리를 끊을 때랑 백색의 간달프로 아라곤 일행 앞에 다시 나타나서는 불빛을 번쩍이면서 아라곤의 칼을 달궜던 때, 그리고 펠렌노르 평원에서 불빛으로 펠비스트, 시끄러운 날아다니는 괴물을 쫓을 때 정도에서만 마법을 썼던 것 같다. 아, 세오덴 회춘 마법도 있었구나. 그건 정말 마법 같았다.

사실 발록 앞에서 다리를 끊는 것도 힘으로 했을 지도 모른다. 지팡이로 있는 힘껏 내리쳐서 다리에 금이 가게 한거지. 그렇다면 간달프가 제대로 할 수 있는 마법은 지팡이에서 빛을 내는 것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건 두번이나 했으니까. 똑똑하고 예쁜 헤르미온느는 진작부터 그 마법을 쓸 줄 알았는데.

그런데 백색의 간달프로 등장했을 때 아라곤의 검이 달궈졌단 말이지. 빛을 내면서 별도의 마법을 쓴 걸 수도 있다. 금속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매그니토의 능력으로 금속 원자를 빠르게 진동시켜서 뜨겁게 만든걸수도 있지. 하지만, 어쩌면 금속 검이 달궈진 것은 간달프가 내는 빛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법을 몇 개 쓸 줄 모르는 간달프임을 감안해 보면 세번째 가설이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금속은 가시광선 영역은 매우 잘 반사한다. 따라서 금속을 달군 걸 보면 간달프의 빛에는 가시광선 영역 밖의 파장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x선 같이 에너지가 높은 빛은 금속이 좀 흡수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백색의 간달프가 아라곤 일행 앞에 나타났을 때 뒤에 사진 건판을 대고 있었으면 레골라스의 x-ray 사진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x 선이 몸에 좋을리 없으니 펠비스트도 그걸 알고 도망간게지.

--
룸메와 잠이 안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런 이야기도 하게 되더라..
Posted by tucko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