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joins.com/article/3220931.html?ctg=1603

"33년 전 노벨상 이론, 틀렸습니다" 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중앙일보에 기사가 났다.
우리나라 과학 기사가 늘 그렇듯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고, 우선 기사만 봐서는
김용진 교수가 뭘 알아낸건지도 모르겠다.

BCS 이론은 초전도체를 미시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20세기 초에 금속을 아주 차갑게
하면 전기 저항이 0이 되고 자기장을 튕겨내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그 이후 이 현상을
이해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는데 1950년대에 들어서 초전도를
미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BCS 이론이 나왔다. 그리고 곧 양자장론을 이용한 좀 더 세련된
이론들이 나왔는데 이게 기사 내용에 나온 고르코프 교수같은 사람들이 기여한 일이다.
그러던 중에 1980년대 중반에 고온 초전도체가 발견되었다. 아마 그 임계온도가 BCS 이론
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임계온도였을거다. (즉, BCS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현상이다.)
고온 초전도체는 아직 그 메카니즘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기사에서 BCS 이론이 틀렸다고 드는 예는 원래 BCS 이론이 안 들어맞는
부분인데 김교수가 뭘 새로 발견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김교수가 고온
초전도체를 설명하는 이론을 만든 것 같지도 않은데 그랬다면 기사 내용에 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말도 이상한데 정말로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 PRL이나 Nano Lett. 같은 저널에 논문이 나오지 JAP 같은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저널에 논문이 나진 않았을 것 같다.

김 교수때문에 고르코프가 노벨상을 못 받았다는 말도 이상하다. 고르코프가 한 계산이
틀렸다고 하는데 지금도 초전도체 연구자들은 고르코프의 이론을 잘만 가져다 쓰고 있다.
김 교수가 지적한 내용이 중요한 거였다면 그렇지는 않았을 거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영향력 있는 - 고르코프가 틀렸느니 맞았느니 하는 - 이론을 냈던 사람이라면 더 좋은
대학에서 관심을 보이고 영입했을 것 같다.

결론은 저 기사는 어딘가 이상한, 믿기 어려운 기사라는 것.
Posted by tuc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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