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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런틴

사는 이야기 2009. 8. 28. 22:48
사실은 나도 그렉 이건의 '쿼런틴'을 읽으면서 양자역학에 대한 생각만 잔뜩 했었다. 에버렛의 해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게 말이 되는건지 등등. 어느정도였냐 하면, 그 생각에 잔뜩 사로잡혀서 소설 자체에는 집중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ㅠ

좋아하는 작가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쿼런틴을 읽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쿼런틴의 이야기 자체에 대한 감상보다도 양자역학에 대한 감상만을 이야기해서 이상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수줍게 "사실은 저도 그랬어요, 이게 다 남성 호르몬 때문인 것 같아요. ㅠㅜ" 같은 댓글을 달고 싶었지만 너무 예전에 올라왔던 글이라 새삼 댓글을 다는 게 멋쩍어서 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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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는 소설을 잔뜩 읽었다. 월요일에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수요일에는 '타워', 그리고 오늘은 '누군가를 만났어'. 이런 소설들을 흥미진진하게 잡자마자 다 읽어버리는 데에 반해서 근 한달 전에 읽으려고 빌렸던 '조서'는 여전히 중간쯤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소설이라는게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면 '조서'는 추상화, 앞의 세 권은 17, 18세기 회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 쪽은 그리려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데 다른 쪽은 주관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재구성하고 변형시킨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꼈다.

나는 추상화를 더 재미있어 하는 편인데, 소설에서는 정확히 반대편의 것에 더 재미를 느꼈다. 아직은 어떤 재미난 일이 있었는지 그 이야기 자체를 즐기지 그 이상의 재미는 잘 못 느끼겠다.
Posted by tuc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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