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1.02.14 감정 이입
  2. 2010.01.22 직업과 배우자
  3. 2009.08.28 쿼런틴 2
  4. 2009.06.07 졸업을 생각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그분 2
  5. 2008.12.17 M. L. Cohen의 에세이를 읽고 3
  6. 2008.06.11 '어린 물리학자' 중에서 9
  7. 2007.12.11 마이크로 웨이브 2
  8. 2007.12.04 Singin' in the rain (1952) 2
  9. 2007.11.01 호프슈태터의 나비 5
  10. 2007.11.01 그래핀 워크샵 5

감정 이입

사는 이야기 2011. 2. 14. 16:44
요 며칠은 별거에 다 감정 이입을 하고 있다. 걱정과 염려를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피보호자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보호자에 맞서 싸워서 결국 스스로를 되찾은 라푼젤,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는 것이 중요해서 남의 도움을 받을 바에야 그냥 일을 안 하고 말겠다는 그 기분을 강하게 보여줬던 (그때문에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온갖 안 좋은 소리를 들었던) 무한도전의 길, 심지어는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열심히 쫓다 보면 어떻게든 잘 풀리지 않겠냐고 현실과 괴리된 나이브한 이야기를 하는 성공한 기성 작가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젊은 작가에까지.

특히나 저번 주 무한도전에서 길은 그냥 자기는 제외하고 올라가라고 하는 그 기분이 무척이나 공감이 갔는데, 의외로 인터넷에서는 너무 심하게 욕들을 하더라.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안 보인다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잘 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냥 믿으라고 나이브하게 밖에서 말하기는 쉽겠지만 하루하루 실패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그런 믿음을 유지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그걸 밖에서 어떻게 도와주기도 힘들다.

아유 그럼 뭘 어떡해야 하나. 참 답답한거다. 그런 답답함이 느껴져서 나는 길이 열심히 안한다는 생각보다도 짠한 마음이 더 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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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과 배우자의 공통점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두 개가 모두 삶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 같다.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싫어하는 일이 직업이라면 무척 괴롭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꼭 치명적인 일은 아닐 것 같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버텨낸다면 못 살 것도 없다. 배우자와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쪽의 경험으로부터 다른 쪽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 이를테면, 나는 한번 마음이 떠난 사람을 다시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사랑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대상을 보는 것이 얼마나 고역인지를 느끼고 있다. 연애를 한번도 안 해보고 결혼하는 것이 참으로 위험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잠시 연락하지 말자는 말을 하는게 어떤 기분인지도 알겠다.

그리고 '사랑하다' 혹은 '좋아하다'라는 동사들이 능동태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언제나 사랑은 그렇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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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런틴

사는 이야기 2009. 8. 28. 22:48
사실은 나도 그렉 이건의 '쿼런틴'을 읽으면서 양자역학에 대한 생각만 잔뜩 했었다. 에버렛의 해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게 말이 되는건지 등등. 어느정도였냐 하면, 그 생각에 잔뜩 사로잡혀서 소설 자체에는 집중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ㅠ

좋아하는 작가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쿼런틴을 읽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쿼런틴의 이야기 자체에 대한 감상보다도 양자역학에 대한 감상만을 이야기해서 이상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수줍게 "사실은 저도 그랬어요, 이게 다 남성 호르몬 때문인 것 같아요. ㅠㅜ" 같은 댓글을 달고 싶었지만 너무 예전에 올라왔던 글이라 새삼 댓글을 다는 게 멋쩍어서 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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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는 소설을 잔뜩 읽었다. 월요일에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수요일에는 '타워', 그리고 오늘은 '누군가를 만났어'. 이런 소설들을 흥미진진하게 잡자마자 다 읽어버리는 데에 반해서 근 한달 전에 읽으려고 빌렸던 '조서'는 여전히 중간쯤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소설이라는게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면 '조서'는 추상화, 앞의 세 권은 17, 18세기 회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 쪽은 그리려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데 다른 쪽은 주관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재구성하고 변형시킨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꼈다.

나는 추상화를 더 재미있어 하는 편인데, 소설에서는 정확히 반대편의 것에 더 재미를 느꼈다. 아직은 어떤 재미난 일이 있었는지 그 이야기 자체를 즐기지 그 이상의 재미는 잘 못 느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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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그래도 시간이 남긴 했지만, 졸업한 뒤에 연구자로서 독립하는 생각을 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모르는 것 투성이에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있긴 한가 하고 답답해하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그 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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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media emphasize astronomy, particle physics, and biology far more than CMP. Part of the reason for that emphasis is the public’s desire to know how it all began, how atomic bombs work, and how living things function. The considerable interest in computers and devices does shine light on some CMP topics and, now and then, discoveries such as high temperature superconductivity or Bose-Einstein condensation do get coverage, but anything involving Einstein is news. ...


from Marvin L. Cohen, Fifty Years of Condensed Matter Physics, Phys. Rev. Lett., 101, 250001 (2008)

육체적인 검토 편지 Phys. Rev. Lett. 에는 한달에 한번씩 에세이가 올라오는데, 이번 달에는 응집물질 물리 분야의 대가인 Cohen이 글을 썼다. 평생 고체물리를 연구하신 분답게 군데군데 빠심(?)이 묻어나서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위에 따온 부분은 평소에 많이 느끼던 부분이라서 한번 따와봤다. 초끈이며 여분의 차원같은 것 만큼이나 초전도체며 에너지 밴드 같은 것들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이지만 사람들은 앞의 것들만 많이 신기해한다.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 지식을 탐구하는 것이 근사해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가 과학에서 느끼는 매력이 그런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가 과학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왜 금속에서는 전기가 잘 흐르는지, 왜 초전도체는 자석위에 뜨는지 등등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깔끔하고 그럴듯한 설명을 들어서 이해하게 되었을 때에 느끼는 것과 가깝지 않을까. 응집 물질 물리는 그런 지식들이 가득한 매력있는 분야인데 그렇게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아쉬울 때가 있다.




허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응집물질 물리는 전반적으로 산업에 응용 가능성이 많아서 투자를 잘 받는 편인 분야이기 때문에 이런것들도 다 배부른 소리인 면이 있기는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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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나의 그림 제 1호, 사실 1호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건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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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걸작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내 그림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어른들은 대답했다. "풉,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보아뱀은 이제 식상해."

내 그림은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그린 게 아니라 평면파가 중첩되어서
만들어진 wave packet을 그린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좌표축과 수식을 더 썼다. 어른들에겐 항상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III

내 그림 제 2호는 다음과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른들은 나에게 알아먹을수도 없는 wave packet의 그림 따위는 집어치우고, 차라리
공무원이나 의치한에 재미를 붙여 보라고 충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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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의 일이다. 나는 룸메와 함께 매점에서 잡아온 호빵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있었다. 전자레인지. 영어로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문득 마이크로웨이브의 파장이 정말 마이크로미터일지 궁금해졌다.

문제는 마이크로 미터는 너무 짧다는 거다. 가시광선의 파장이 대략 0.4-0.7 um이고 이런 파장을 가지는 광자의 에너지가 대략 1ev정도 된다. 그러면 파장이 um대인 전자기파의 에너지는 약 0.1 ev 정도. 전자 레인지는 식품내의 물 분자를 진동시켜서 덥힌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러기에 0.1 ev는 너무 강한 것 같았다. 호빵이 익는 시간동안 전자레인지 앞에서 룸메와 같이 고민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파장이 마이크로미터는 아닐듯 했다.

전자레인지 문 안쪽의 금속망의 크기도 이 추측을 뒷받침했다. 전자레인지의 문 안쪽에는 전자기파를 차폐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되는 금속 망이 있는데 이 금속망의 구멍 크기는 약 mm 정도였다. 이래서는 um대의 전자기파를 막을 수 없다.

방에 돌아와서 호빵을 먹으며 찾아 보니 마이크로 웨이브의 파장은 1mm에서 1m 정도라고 한다. 그럼 마이크로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1mm이면 가시광선의 파장의 10^6배 정도이다. 이러면 에너지가 uev정도 되겠다. 따라서 에너지대로부터 마이크로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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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룸메는 이제 50년도 더 된 옛날 영화에까지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막상 룸메가 볼 때에는 무슨 늙은이 취향의 구닥다리 영화람 하면서 안 봤는데 뒤늦게 뮤지컬 장면들의 매력을 알게 되어서 보았다. 옛날 티가 물씬 나는 화질과 단순하고 귀여운 이야기, 조금은 촌스러운 옷과 춤들, 그리고 금관악기가 신나게 뿡뿡거리는 배경음악의 분위기가 참 정겹고 좋다.




이 노래는 데비 레이놀즈의 목소리가 참 좋다. 나는 특히 처음에 'good morning'이라 하는 부분이 사랑스러웠다.



진 켈리와 도널드 오코너의 춤실력이 빛을 발하는 노래. 참 긴 장면인데도 동작이 틀리지를 않아서 신기하다.


도널드 오코너의 몸개그가 작렬하는 'Make'em laugh'


여주인공 데비 레이놀즈는 놀랍게도 캐리 피셔 - 레아 공주 - 의 어머니이다. 그러니까 나탈리 포트만이 분한 파드메는 사실 데비 레이놀즈처럼 생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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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누르면 커집니다!



이 그림은 '호프슈태터의 나비'라 불리우는 그림이다. 2차원 격자구조에 자기장을 걸었을 때전자의 에너지 레벨을 계산해보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가로축은 자기장이고 세로축은 에너지이다. 단순히 에너지 레벨을 계산했을 뿐인데 프랙탈적인 구조가 나타나는 것이 신기하다.

만약 격자구조가 없다면, 그래서 전자들이 2차원에서 자유로이 뛰어노는 경우라면 자기장을 걸었을 때 에너지가 양자화된다. 그리고 자기장을 키우면 단지 양자화된 에너지의 간격이 벌어지기만 한다. 그런데 격자에 대해서 계산을 해보면 이런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이 계산은 1976년에 더글라스 호프슈태터가 처음으로 했다. "괴델, 에셔, 바흐"를 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 책에도 이 그림이 나왔었다.

랩 형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한번 그려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같이 해봤는데 생각보다 아주 간단했다. 그냥 아주 작은 2차원 격자를 두고 Tight-binding approach에 전체 해밀토니안을 만들어서 아이겐밸류만 구했을 뿐인데 이런 그림이 나왔다. 어때요, 참 쉽죠?

저 그림은 9*9 2D square lattice 에서 계산한 것이다. 요즘은 컴퓨터가 좋아져서 하찮은 PC조차 81*81 행렬의 대각화를 거뜬히 해내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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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에 표준과학 연구소에서 하는 그래핀 워크샵에 갔을 때의 일이다. 중시계 물리를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화학과에서 온 사람들도 적잖이 있었다. 앞의 발표자가 이제는 식상한 그래핀 소개 - 밴드 구조때문에 전자가 질량이 없는 디랙 페르미온처럼 움직입니다. 신기하죠 ♡ - 를 하고 있는데 근처에 앉은 화학과 출신의 사람이 탄소같이 가벼운 원자에서도 그런 효과가 나올 수 있냐고 물었다.

화학과 사람들이 디랙 방정식을 쓸 일이 무에 있겠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우라늄처럼 무거운 원자에 대해서 전자의 에너지 같은 양들을 계산하다보면 워낙 전하들이 많기 때문에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한 효과를 더이상 무시할 수 없다 보니 보정을 하기 위해서 디랙 방정식도 써야 하는 모양이다.

'탄소같이 가벼운'이란 말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다. 아마 그 분은 디랙 방정식은 무거운 원소를 상대할 때 쓰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겠지.


화학과 사람이 하는 발표도 한개인가 두개 있었는데 별로 재미없었다. 도무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측정 방법들을 가지고 이거 했더니 어떤 결과가 나오고 이거는 어떤 결과가 나오고만 줄줄 나열하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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