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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빨리 여기를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롭게 출발하고 싶은데 그럴 방법이 없다는게 무척 괴로웠었다. 내가 하고 싶다고 바로 졸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옮기고 싶은 연구실도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할 선배도 없었고 닮고 싶은 모델도 없었다. (새로 생긴 연구실에 지원하려는 사람이 꼭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점이지만, 내 자세에도 문제가 있었다) 도무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알 수가 없는 무력감과 하루하루 싸워야 했다.

마치 허물을 벗을 시기를 몇번이나 놓친 외골격 생물인양 답답해서 미칠 지경인 나날이었다. 현재에 대한 불만을 과거와 미래에 투사하기만 되풀이했다.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할까 등등등. 스스로를 좀먹는 게 뻔한 일들이지만 그러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졸업할 때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던 선배가 약오를 정도로 부럽기도 했다. 참으로 좋으시겠네요. 난 꿈에라도 섭섭한 기분은 들지 않을텐데.

어쨌든 지금은 소집해제도 되고 졸업 일정이 잡혀서 그 무력감이 조금은 사라졌다. 여전히 앞으로 뭘 할지는 철저하게 불투명하지만 곧 여기를 떠난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다. 그러려면 일단 졸업 논문을 완성해야 하지만... 아유, 급 우울해지는고나.

 
Posted by tuckoo

젊은 예술가의 초상

2011/02/24 21:05
잠깐 머리를 식히려고 도서관에 갔다가 잠깐 봤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학부 졸업즈음에 읽을 때에는 디달러스가 막 성인이 되어가는 2, 3장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추구하기 위해 고국을 떠나는 마지막 장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걸 버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위해서 자기 유배의 길을 떠나는 모습이 멋졌다.

저렇게 살 수 있다면 무척 근사하겠지. 다른 사람의 삶을 모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모방할 수도 없다. 3년 위 대학 선배의 삶이라면 지나치다 싶게 비슷하게 갈 수도 있겠지만 100년 전 아일랜드 사람의 삶을 무슨 수로 똑같이 따라 한단 말인가. 이건 모방이 아니고 그냥 모티브를 따오는 것이다.

모방이던 모티브를 따오는 것이던 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문제가 있다. 디달러스가 한 일의 핵심은 떠나는 것이 아니고 예술가의 길을 가기로 확신을 가진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건 글쓰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란 걸 확신하고, 스스로가 가치있는 글을 쓸 수 있음을 확신한 게 핵심이다. 자기 유배니 떠남이니 이런건 따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확신은 따라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떡해야 하나.
Posted by tuck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