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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6 그래핀 만들기 4
  2. 2008.07.14 33년 전 노벨상 이론, 틀렸습니다 ? 6
  3. 2008.07.06 KSTAR와 이명박 2
  4. 2008.01.05 간달프와 X선 1
  5. 2007.12.06 대칭성 2
  6. 2007.11.23 베오울프 5
  7. 2007.11.21 1D wave packet의 시간에 따른 진행. 2
  8. 2007.11.15 윈도우즈 xp의 파일명 정렬 방식
  9. 2007.09.10 그래핀과 에너지 밴드 12

그래핀 만들기

2009. 1. 16. 10:03
방문자 수가 갑자기 늘었길래 유입 경로를 살펴보니 그래핀에 관한 글을 찾아서 온 분들이 많았다. 어제 여러 신문에 한국인 연구자들이 큰 그래핀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서 네이쳐에 실렸다는 기사가 떴는데 그때문이었던 것 같다. 네이쳐 홈페이지에 한번 가봤더니 역시나 첫 화면 제일 상단에 그 연구 이야기가 떠 있었다.


네이쳐에 실리다니 참 좋겠구나. 근데 이미지 속에서 저 사람들이 들고 있는건 도대체 뭐고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



그래핀을 얻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해서 그래핀을 떼어내는 기계적인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반도체 공정처럼 탄소가 들어간 분자를 어떻게 잘 쌓아서 그래핀을 만드는 것이다.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해서 만드는 건 제작이 간단하긴 하지만 만들어지는 그래핀 조각의 크기나 모양을 조절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테이프에 붙어있는 흑연 조각을 실리콘 웨이퍼 위에 올려놓은 다음에 한층으로 되어있는 부분을 찾아내서 나머지는 제거하고 그 부분으로 실험하는 것이다 보니 모양이 적당치 않으면 적당한 모양이 나올때까지 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걸 반복하는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식이라면 어느 크기 이상의 샘플은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분자 또는 원자들을 잘 쌓아서 그래핀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건 가능만 하다면 그래핀을 원하는 패턴에 꽤 큰 크기로 얻을 수 있다. 더구나 요새는 기술이 좋아져서 원자 몇 개 두께의 막을 만들고 그러는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탄소를 얇게 쌓는다고 걔네들이 무조건 육각형으로 결합해서 그래핀이 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그래핀을 만드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결국은 몇가지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았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방법은 SiC 를 쌓은 다음에 열을 가해서 표면의 실리콘을 날려버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아무래도 그래핀이 아래에 있는 물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원래 한 결정이었던 것을 약간 처리해서 표면의 특성만 바꾼 것이다 보니 비록 그래핀 모양으로 탄소가 정렬했다고 해도 아래와의 연결이 어느 정도는 남아있는 것이다.

이번에 네이쳐에 실린 것은 그래핀을 쌓아서 만드는데도 아래 물질의 영향을 별로 안 받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요는 그래핀을 실리콘 웨이퍼 위에 만드는데 그 사이에 Ni 층을 깔고 그 위에 만드는 것이다. 물론 Ni 위에 그냥 탄소를 뿌린다고 그래핀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화학적인 과정과 열로 처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Si/SiO2/Ni/그래핀 층을 얻고 나면 산으로 니켈층만 제거하거나 SiO2 층만 제거할 수가 있다. 그러고 나면 결국 우리는 아래가 없어져서 붕 뜬 - 아래 층과는 완전히 분리된 - 그래핀을 얻을 수 있고 그걸 원래 substrate에 올려놓거나 다른 substrate위에 옮길 수 있다. 논문을 보니 그림이 이해하기 쉽게 잘 그려져 있었는데 퍼올 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

Posted by tuc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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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joins.com/article/3220931.html?ctg=1603

"33년 전 노벨상 이론, 틀렸습니다" 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중앙일보에 기사가 났다.
우리나라 과학 기사가 늘 그렇듯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고, 우선 기사만 봐서는
김용진 교수가 뭘 알아낸건지도 모르겠다.

BCS 이론은 초전도체를 미시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20세기 초에 금속을 아주 차갑게
하면 전기 저항이 0이 되고 자기장을 튕겨내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그 이후 이 현상을
이해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는데 1950년대에 들어서 초전도를
미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BCS 이론이 나왔다. 그리고 곧 양자장론을 이용한 좀 더 세련된
이론들이 나왔는데 이게 기사 내용에 나온 고르코프 교수같은 사람들이 기여한 일이다.
그러던 중에 1980년대 중반에 고온 초전도체가 발견되었다. 아마 그 임계온도가 BCS 이론
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임계온도였을거다. (즉, BCS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현상이다.)
고온 초전도체는 아직 그 메카니즘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기사에서 BCS 이론이 틀렸다고 드는 예는 원래 BCS 이론이 안 들어맞는
부분인데 김교수가 뭘 새로 발견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김교수가 고온
초전도체를 설명하는 이론을 만든 것 같지도 않은데 그랬다면 기사 내용에 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말도 이상한데 정말로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 PRL이나 Nano Lett. 같은 저널에 논문이 나오지 JAP 같은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저널에 논문이 나진 않았을 것 같다.

김 교수때문에 고르코프가 노벨상을 못 받았다는 말도 이상하다. 고르코프가 한 계산이
틀렸다고 하는데 지금도 초전도체 연구자들은 고르코프의 이론을 잘만 가져다 쓰고 있다.
김 교수가 지적한 내용이 중요한 거였다면 그렇지는 않았을 거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영향력 있는 - 고르코프가 틀렸느니 맞았느니 하는 - 이론을 냈던 사람이라면 더 좋은
대학에서 관심을 보이고 영입했을 것 같다.

결론은 저 기사는 어딘가 이상한, 믿기 어려운 기사라는 것.
Posted by tuc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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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AR와 이명박

2008. 7. 6. 01:54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더니 정부 출연 연구소를 통폐합하려 들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해체한다고 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KAIST랑 통합하기로
해서 말이 많다. 최근에는 안전성 평가 연구소와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의 사표도 받은
모양이다.
http://www.hellodd.com/Kr/DD_News/Article_View.asp?Mark=2 ...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는 KSTAR라는 핵융합로를 만들고 있다. KSTAR가 세계에서 출력이
제일 크다거나 완전히 새로운 구조의 핵융합로인 것은 아니다. 즉, 그 정도 핵융합로는
이미 몇몇 나라에서 돌아가고 있고, KSTAR를 완성했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핵융합 연구의
선도적인 위치에 선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KSTAR는 신형이기 때문에 몇가지 새로운
기술들이 적용되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신형 핵융합로 운용에서 얻은 노하우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열핵융합실험로 ITER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현실인데.. 명박이를 싫어하는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KSTAR가 조금만
기다리면 핵융합 발전을 현실화시켜줄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고 우리나라는 핵융합
기술의 선도적인 위치에 있었는데 이명박때문에 그 기술적 우위를 놓쳐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애매하다. '성과가 있긴 한데 그 정도는 아니야' 라는 말인데 이러다가는 괜히 명박이 편드는 거냐는 오해를 받기 일쑤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저 녀석 괜히 잘난척 한다고 욕이나 먹기 십상이다. 시국의 절박함에 경도된 사람들은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고 할 것이다.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이 불러일으킨 분노가 있는데
분노가 커지고 나니 이제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나는 이명박이 출연연을 통폐합하고 기초 과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려는 것을 반대한다.
따라서 그 문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슈가
될수록 통폐합을 하지 못할 확률이 커지겠지. 우리나라가 핵융합로 부분에서 성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성과라는 것이 4, 50년 쯤 지나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핵융합 발전에
성공하고 그 기술을 수출하여 전국민이 호의호식하게 되는 것을 약속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성과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 성과를 훨씬 거대한 것으로
착각해서 이명박을 국익에 큰 손해를 끼친 나쁜 놈으로 욕하고 출연연 통폐합을 저지하려
들더라도 나에게는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그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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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프와 X선

2008. 1. 5. 04:18
반지의 제왕을 보면 간달프는 명색이 마법사인데 참 마법을 안 쓴다. 외려 칼과 지팡이로 적들을 두드려 패는 장면이 많았던 것도 같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발록 앞에서 'You shall not pass!' 하면서 다리를 끊을 때랑 백색의 간달프로 아라곤 일행 앞에 다시 나타나서는 불빛을 번쩍이면서 아라곤의 칼을 달궜던 때, 그리고 펠렌노르 평원에서 불빛으로 펠비스트, 시끄러운 날아다니는 괴물을 쫓을 때 정도에서만 마법을 썼던 것 같다. 아, 세오덴 회춘 마법도 있었구나. 그건 정말 마법 같았다.

사실 발록 앞에서 다리를 끊는 것도 힘으로 했을 지도 모른다. 지팡이로 있는 힘껏 내리쳐서 다리에 금이 가게 한거지. 그렇다면 간달프가 제대로 할 수 있는 마법은 지팡이에서 빛을 내는 것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건 두번이나 했으니까. 똑똑하고 예쁜 헤르미온느는 진작부터 그 마법을 쓸 줄 알았는데.

그런데 백색의 간달프로 등장했을 때 아라곤의 검이 달궈졌단 말이지. 빛을 내면서 별도의 마법을 쓴 걸 수도 있다. 금속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매그니토의 능력으로 금속 원자를 빠르게 진동시켜서 뜨겁게 만든걸수도 있지. 하지만, 어쩌면 금속 검이 달궈진 것은 간달프가 내는 빛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법을 몇 개 쓸 줄 모르는 간달프임을 감안해 보면 세번째 가설이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금속은 가시광선 영역은 매우 잘 반사한다. 따라서 금속을 달군 걸 보면 간달프의 빛에는 가시광선 영역 밖의 파장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x선 같이 에너지가 높은 빛은 금속이 좀 흡수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백색의 간달프가 아라곤 일행 앞에 나타났을 때 뒤에 사진 건판을 대고 있었으면 레골라스의 x-ray 사진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x 선이 몸에 좋을리 없으니 펠비스트도 그걸 알고 도망간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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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와 잠이 안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런 이야기도 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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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성

2007. 12. 6. 02:17
* 물리과 복도에 Time reversal symmetry를 나타내는 조형물이 하나 붙었다.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시계와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시계를 나란히 걸어놓고 "Time Reversal Symmetry" 제목을 붙여놓았다. 내가 보기에는 거울대칭이면 거울대칭이었지 time reversal symmetry - 이걸 우리말로 뭐라고 해야 하지? - 과는 별 관계가 없어보이는데 어떤 학부생에게는 꽤 인상적이기도 했나보다.

어떤 계에 "Time reversal symmetry"가 있다고 하는건 그 계에서의 운동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놓고 재생을 할 때 정방향으로 재생하는지 역방향으로 재생하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공을 들고있다가 놓으면 아래로 떨어진다. 반대로 위로 올라간다고 하면 자연스럽지 않다. 그러면 아래로 향하는 중력을 받고 있으면 time reversal symmetry가 깨져있는 것일까?

이렇게 헷갈릴 수도 있는데, 음, 적어도 나는 그렇게 헷갈렸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time reversal symmetry가 있다는 것은 공이 떨어지는 것을 땅이 닿은 순간부터 거꾸로 돌리면 공을 땅에서부터 떨어질 때의 속도와 반대되는 속도로 위로 던져 올렸을 때와 같은 운동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테이프를 정방향으로 돌리던 역방향으로 돌리던 두 운동이 모두 물리법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Time reversal symmetry의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도자기가 땅에 떨어져서 깨지는 현상에는 Time reversal symmetry가 없다.

+ Time reversal symmetry가 적용되는게 운동인지 계인지 현상인지를 모호하게 적고 있다. 개념이 아직 애매해서 그렇다.

* 살다 보면 기분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두 경우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기분이 좋은 건 일시적이고 이례적인 사건이고 기분이 나쁜 건 나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서 항구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두 경우에 대해 대칭적이지 않게 반응할 이유가 없는데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우울할 때에 대해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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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울프

2007. 11. 23. 20:27
'300'에 나왔던 'This is Sparta!'처럼 'Beowulf'에 나오는 'I am Beowulf!' 도 참 입에 붙는 맛이 있다. 한음절 한음절 또박또박, 거세게 내뱉으며 따라하다 보면 흉폭하고 미개한데 힘은 되게 센 야만인이 된 느낌이다.

'Beowulf', 'Beowulf' 거렸던게 어떤 징조였는지 연구실에 Beowulf 서버를 만들기로 했다. 견적은 다 냈고 다음주 초에는 주문할 예정이다. 기계가 와서 세팅하고 가지고 놀 생각을 하니 조금 설렌다. 앗흥.

새로 컴퓨터를 사는 김에 기존의 시끄러웠던 서버 팬도 교체할 생각이다. 이것도 해결되면 참 시원할듯.

그래픽 카드를 바꿔서 그 전에 상상도 못했던 옵션에서 매끄럽게 돌아가는 게임을 본다거나, 좋은 최적화 방법을 찾아내서 계산 시간이 비약적으로 줄어든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에 생기는 어떤 짜릿함, 흥분, 만족감같은 게 있다. 새 카메라를 사서 예술적으로 날아가버린 배경을 본다거나 무딘 칼을 숫돌에 대고 잘 간 뒤, 별로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서걱서걱 잘리는 당근을 볼 때에 드는 기분과도 비슷하다. 그런 기분은 머릿 속을 꽉 채웠다가 금새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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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그림으로 눈에 보여야 편하다.. 꾸불텅 꾸불텅

꼭 이렇게 움직인다는 건 아니고. 이렇게 움직일수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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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개의 gif 파일을 다루는 일을 하다가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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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파일명이 'res9' 다음에 'res10'이 오도록 정렬되어 있다는것!!

파일명을 정렬할 때 단순히 문자열로 비교한다면 'res1' 다음에는 'res10'이 와야한다. 'cast', 'cat' 그리고 'castle' 이 세 단어가 사전에는 'cast' - 'castle' - 'cat' 순서로 실려 있듯이. 그런데 저런 식으로 정렬이 되었다는 것은 파일명 정렬 알고리즘이 'res' 뒤에 붙은 숫자를 문자열이 아닌 숫자로 인식한다고 볼 수 있다.

정확히 어떤 기준일지 궁금해서 약간 실험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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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컴퓨터에서는 사전순으로 정렬할 때 숫자보다 앞에 있는 것으로 취급된다 (아스키 코드값이 숫자보다 작다). 이 결과를 분석해 보면
  1. '--21'을 '-' 와 -21로 해석하지 않았다. 즉, 음수는 처리하지 않는다.
  2. '-11'이 '--21'보다 앞에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숫자를 제외한 나머지 문자열을 기준으로 비교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숫자를 제외하고 나면 '-11'은 '-'이 되고 '--21'은 '--'가 되므로 '-'이 '--'보다 앞에 온다.
  3. '--'와 '--21'의 순서로 볼 때 숫자가 있는 것이 숫자가 없는것보다 앞에 온다.
하지만 '--'과 '56', '--a'의 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떤 방법으로 비교하면 이렇게 비교를 할 수 있을까. 문자열의 영역을 나누어 비교하면 이런 식으로 작동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3' 같은 경우에는 [문자열] [숫자] 로 영역을 나누는 것이다. 서로 다른 문자열들끼리 비교할 때에는 앞에서부터 영역별로 비교해나간다. 이 방법이라면 정렬 결과를 잘 설명할 수 있고 구현도 그리 복잡하지 않으므로 파일명 비교하는 부분은 이렇게 짜여졌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면 '--'와 '56', '--a'는 어떻게 된것일까? 아마 [문자열] 영역을 [특수 문자열]과 [영문자]로 나누었을 것이다. 영역 간의 우선순위도 정해져야 하는데 아스키 코드상의 배열로 볼 때 [특수 문자열] - [숫자] - [영문자] 순서일 공산이 크다. '--'는 [특수문자열], '56'은 [숫자], 그리고 '--a' 는 [특수문자열] [영문자] 이므로 위와 같이 정렬되는 것이 맞다.

이 가설은 다음과 같은 실험(?)으로 검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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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은 아스키 코드 상으로는 'a' 보다 뒤에 있는 문자이지만 xp 파일명 정렬방식에서는 '--a' 보다 앞에 온다!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니 windows xp에는 StrCmpLogicalW라고 하는 새로운 문자열 비교 API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숫자가 아주 클 때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충분히 있을법한 버그이다. [숫자] 부분에는 정수만 들어오니까 마음 편히 int 로 변수를 선언하고 크기 비교를 하지 않았다면 오버플로우가 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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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과 에너지 밴드

2007. 9. 10. 12:42
고체 물리학에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물질로 그래핀 graphene이 있다. 이름에서 눈치를 챌 수 있듯이 흑연 graphite과 깊은 관련이 있는 물질이다. 흑연은 탄소 원자가 층층이 쌓여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층 내부에서는 단단히 결합되어 있지만 층과 층 사이의 결합은 약하기 때문에 층이 쉽게 미끄러져서 떨어져 나오곤 한다. 잘 부스러지는데다가 까맣기도 하기 때문에 흑연은 연필을 만드는 데에 쓰였다. 그래핀은 흑연을 이루고 있는 탄소 층 하나를 말한다.

그게 뭐 새로울까 싶기도 하겠지만 양파 속껍질이나 소프트 콘택트 렌즈, 쫀드기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얇은 막은 돌돌돌 말리려고 하기 때문에 그래핀을 안정하게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래핀에서 전자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는 몇십년전부터 연구가 있었지만 실제 실험은 90년대 말에 들어서야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래핀을 얻는 방법은 말도 안되게 거칠고 단순하다 -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한다.

처음 그래핀에 대한 논문을 봤을 때에는 테이프를 이용해서 떼어내는 방법으로 만든다길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특수 테이프를 이용하는가보다 했다. 그런데 정말로 문방구에서 살 수 있는 스카치 테이프였다. -_-;;

아무튼 이 그래핀에서는 전자들이 마치 중성미자처럼 움직인다. 대저 상대성 이론의 효과는 빛의 속도와 가까워져야만 일어나는 법일진대 이 전자들은 빛보다 훨씬 천천히, 그래봐야 1/100정도이지만, 움직이는 주제에 상대성 이론을 고려한 디랙 방정식을 따라 움직이면서 마치 질량이 없는 것처럼 굴고 운동 방향에 평행한 스핀을 가진다. 진행 방향 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마치 아무것도 없는 양 뚫고 지나가기도 한다 (Klein's paradox). 이러니 많은 물리학자들이 신기해하고, 앞다투어 논문을 만들어내고 있다.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카이브에 논문이 같은 주제의 논문이 올라오는 무시무시한 일도 종종 일어나는 듯 하다.

물론 이것은 빛의 속도나 공간의 휘어짐같은 것과는 무관하며, 단지 탄소 원자핵이 전자에 미치는 전자기력이 부린 조화이다. 고체, 엄밀히는 결정, 내부에 있는 전자는 원자핵이 당기는 힘 때문에 빈 공간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움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얼핏 보기에는 자유 공간에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그렇게만 생각해도 많은 물리적 특성을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고, 결정에 따라 다른 전자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에너지 밴드'이다.

사실 위의 에너지 밴드에 대한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전자는 알갱이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자의 움직임이라는말이 적절하지 않다. 대신 전자는 마치 물결처럼 결정 전체에 걸쳐서 퍼져서 너울거리고 있고 에너지 밴드는 이 전자의 파동의진행방향 및 파장과 에너지의 관계이다. (정확히는 wave vector와 에너지의 관계이다).

에너지 밴드는 아래 그림처럼 생겼다. 이건 실제 존재하는 물질에 대한 에너지 밴드는 아니고 원자와 전자의 상호작용이 없을 때의 에너지 밴드이다. 세로축이 에너지이고 가로축이 전자의 wave vector이다. 3차원 결정구조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 복잡한데 자세한 설명은 다른 글에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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